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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교구 : ‘서소문 역사문화공원 조성’에 관한 도시건축 디자인 국제워크숍종교
 paxkorea    | 2013·09·20 20:03 | HIT : 2,844 | VOTE : 558
비종교 요소 균형있게 고려해 개발 이끌어야
종교·사회·역사적 가치 어울린 명소
국내 문화유산 디자인 설계 제안에
국내외 대학 협력 … 아이디어 눈길

개발에 앞서 옛모습 보존·정비 우선
명동성당·당고개·새남터·절두산 등
서울 5개 성지 잇는 순례길 조성 계획


▲ 원종현 신부가 서소문 역사문화공원 조성에 관한 ‘2013 도시건축 디자인 국제워크숍’에서 서소문성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서울대교구가 서소문 역사문화공원·순교성지 조성에 심혈을 기울이는 가운데 명지대학교와 로마 라 사피엔자(La Sapienza)대학교가 ‘2013 도시건축 디자인 국제워크숍’을 11일 오후, 서울 중구청 7층 강당에서 개최해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라 사피엔자대는 교황 보니파시오 8세에 의해 1303년 세워진, 이탈리아에서 가장 유서 깊고 학생 수가 12만 명이 넘는 유럽 최대 대학이다. 비교회기관인 명지대가 중심이 된 이번 국제워크숍을 통해 서소문 역사문화공원 조성의 시야가 확대될 것이란 평가가 나오고 있다.

■ ‘도시건축 디자인 국제워크숍’ 의의

명지대와 라 사피엔자대의 이번 국제워크숍은 국내 문화유산 디자인 설계제안을 위해 국내외 대학이 협력한 유일한 사례로 알려져 있으며 서울대교구는 향후 서소문 역사문화공원 조성사업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워크숍에서 발표된 7가지 서소문 역사문화공원 설계 마스터플랜은 지난해 4월 서울대교구가 ‘서소문 역사문화공원·순교성지 조성위원회’를 구성한 이후 최초로 나온 구체적 설계안이라고 볼 수 있어 교회와 서울시, 중구청 간의 논의를 진전시키는 디딤돌 역할이 기대되고 있다.

전진영 교수(명지대 건축학부)는 “명지대와 라 사피엔자대는 서소문 역사문화공원 조성을 위해 필요하다면 공동작업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 국제워크숍에서 어떤 논의 이뤄졌나

국제워크숍은 7개 조별 서소문 역사문화공원 조성 설계안(마스터플랜) 발표와 질의응답에 이어 원종현 신부(서소문 역사문화공원·순교성지 조성위원회 사무국장)가 서소문성지에 대한 역사적 배경과 향후 계획을 설명했으며, 김란수 교수(명지대 건축학부)의 총평, 수료식 순으로 진행됐다.

설계안 발표에 앞서 인사말을 전한 최창식 중구청장은 “서울 중구에는 덕수궁, 환구단 같은 귀중한 문화유산이 많지만 그중에서도 서소문성지는 종교·사회·역사적 가치를 모두 지니고 있는 지역 최고의 명소”라며 “명지대 학생들과 로마에서 10시간 넘게 날아온 여러분들의 열정이 모여 서소문성지가 세계적 명소로 재탄생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서소문 역사문화공원 조성의 행정주체인 중구청의 입장으로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라 사피엔자대를 대표한 데 마테이스(DE MATTEIS Federico) 교수는 “서소문성지는 다양한 요소가 복합적으로 잠재해 있는 곳으로 이 프로젝트가 성공하려면 종교와 비종교적 요소의 균형 잡힌 고려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발표를 맡은 7개 조는 각각의 조가 명지대와 라 사피엔자대 학생 동수로 구성됐다.

전진영 교수는 “지도교수로서 학생들에게 의견을 제시하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학생들의 아이디어를 존중했다”고 말했다.

발표는 조별 명지대 학생 대표가 담당했다. 발표자들은 공통적으로 중림동약현성당과 명동성당, 서소문성지 간의 위치적 관계를 기본으로 서소문성지 안에 성당과 순교기념관, 시민광장을 갖출 것을 제안했다. 데 마테이스 교수의 지적처럼 종교성과 비종교성을 골고루 고려한 흔적이다.

각 조의 발표에서 성당과 순교기념관을 지하 또는 지상에 두는 안과 순교기념관에 삼위일체, 형장의 이미지, 한국 천주교회의 역사를 담는 안 등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쏟아져 나왔다.

또한 학생들은 서소문성지를 공간적으로 분할하거나 성지로서의 개발을 방해하는 경의선 철도와 자원 재활용 집하장(쓰레기 처리시설), 인근의 주차장 등에 대한 해결방안도 제시했다.

그 중에는 철도 선로 위에 벽(wall)을 덮어 열차 이동 소음을 차단하거나 소음을 변형시키는 장치를 활용, 형장의 고통을 형상화하자는 의견, 선로를 현재보다 높게 끌어올려 공간 분할을 극복할 수 있다는 기발한 의견도 있었다.

이 외에도 서소문성지를 흐르던 만초천이 일제시대와 1960년대를 거치면서 복개돼 현재는 물줄기 확인이 안 된다는 사실에 착안해 물을 통한 종교적·미적 이미지를 보여주려는 시도도 있었다. 특히 순교를 상징하는 못과 역사를 품고 있는 못(연못)이라는 중의적 의미의 ‘서소못’을 중심 관념으로 하자는 의견이 주목을 받았다. 서소문성지에 물줄기를 만들어 물이 흐르는 위치마다 순교사적 의미를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서소문 역사문화공원 조성의 실무를 총괄하고 있는 최영수 중구청 도시관리과장은 발표를 들은 후 “저도 도시설계 전공자지만 학생들의 발표에 깊은 고민이 느껴졌고 높은 완성도에 놀랐다”며 “서소문 역사문화공원 조성에 학생들의 아이디어를 최대한 반영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최 과장은 총 사업비를 약 800억 원으로 추산하면서 학생들의 안대로라면 400억 원에도 가능할 것으로 짐작했다.

원종현 신부는 교회기관이 아닌 명지대와 멀리서 온 로마 라 사피엔자대가 서소문 역사문화공원 조성에 나서준 것에 감사의 뜻을 전하고 참석자들에게 서소문성지의 역사적 배경과 종교적 의미, 박해시대 당시 서소문성지의 지형지물을 상세히 복원해 망나니와 순교자들의 생생한 모습 등 처형과정을 설명했다.

특히 원 신부는 서소문 역사문화공원 조성은 개발에 앞서 보존과 정비가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소문성지를 박해시대의 모습에 가깝게 재현하는 일이 급선무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원 신부는 서울대교구의 5개 성지인 명동성당, 서소문, 당고개, 새남터, 절두산을 하나의 벨트로 연결, 하루 도보 코스의 순례길로 조성하기를 원한다고 전했다.

김란수 교수는 총평에서 “서울은 역동적인 도시인 만큼 밤낮의 구분없이 밤에도 활발한 활동이 이뤄지므로 서소문 역사문화공원이 ‘밤의 이벤트’를 어떻게 수용할 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이날 국제 워크숍에서 발표를 맡은 명지대 건축학부 5학년 백승화(미카엘·대전 전민동본당)씨는 “제가 천주교 신자지만 서소문성지에 대해 잘 몰랐다가 워크숍을 준비하면서 서소문성지의 종교적 의미와 일제 잔재의 아픔을 동시에 발견했다”며 “발표 내용이 실제 사업에 반영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라 사피엔자대 베르톨로티(BERTOLOTTI Claudia·24)씨는 “명지대 학생들과 언어적 한계를 극복하며 공동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두 나라의 순교 개념은 비슷하지만, 한국에서는 순교의 고통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반면 이탈리아에서는 은유적으로 표현한다는 차이를 발견했다”고 말했다.

■ 국제워크숍 개최까지의 과정

현재 근린공원으로 지정돼 있는 서소문성지를 역사·문화·종교적 의미를 담아 어떻게 가장 아름다운 역사문화공원과 순교성지로 변모시킬 것인지를 놓고 지난 3일부터 시작된 두 대학의 공동작업은 4일 중림동약현성당과 서소문성지 일대의 현장답사, 8일 오전 명지대에서 중간보고회를 가진 데 이어 11일 최종 성과물을 발표하는 국제워크숍으로 이어졌다.

명지대와 라 사피엔자대는 자매결연을 맺고 매년 한국과 로마를 상호 방문해 연구성과를 공유하고 있으며, 지난해 11월 명지대는 서울대교구와 중구청이 공동 주최한 ‘서소문 역사문화공원 조성을 위한 시민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2위를 차지했다. 이것이 계기가 돼 공모전 수상작을 한층 심도 있고 현실성 있는 안(案)으로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는 전진영 교수의 제안과 주도로 중구청의 자료 협조를 얻어 워크숍 자리가 마련됐다.

워크숍에는 명지대와 라 사피엔자대 건축학부 전진영 교수, 김남훈 교수, 데 마테이스(DE MATTEIS Federico) 교수, 레알레(REALE Luca) 교수 등 교수진 6명과 학부(5학년 과정) 및 대학원생 33명이 참여했다. 서울대교구에서 원종현 신부(서울 응암동본당 주임)와 오유방(아우구스티노) 전 국회의원(순교성지 조성위원), 최창식 중구청장, 최영수 도시관리과장 등 중구청 실무진도 자리를 같이 했다.

서소문성지는 103위 순교성인 중 44위, 시복시성 청원이 진행되고 있는 125위 중 25위가 순교한 한국교회 최대 순교성지다.

◆ 인터뷰 / 명지대 건축학부 전진영 교수
“순교성지이자 시민 휴식처로 조성을”

▲ 전진영 교수전진영 교수(52·명지대 건축학부)는 로마 라 사피엔자대와 ‘2013 도시건축 디자인 국제워크숍’을 개최하게 된 이유를 “서울대교구와 서울 중구청이 공동 주최한 ‘서소문 역사문화공원 조성을 위한 시민 아이디어 공모전’에 입상하고 나서야 큰 지혜와 고민이 필요한 작업임을 깨달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천주교회에 대한 이해의 부족을 ‘반성한 결과’로서 국제워크숍을 열게 된 것이라며 “서소문공원은 공간적으로 디자인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매우 다양한 의미를 갖게 되는 땅”이라고 부연했다.

전진영 교수는 “서소문공원은 천주교 입장에서는 최대 순교성지라는 상징적 의미가 있지만 시민 입장에서는 휴식처라는 장소적 의미를 지니면서 그 안에는 종교·역사·문화적 요소가 혼재돼 있다”며 “공모전에 응모할 때는 이 모든 요소에 대해 충분히 고민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서소문 역사문화공원 조성이 성공하려면 서울대교구의 입장과 서울시 및 중구청의 입장이 상호 존중과 균형을 이뤄야만 두 주체가 서로 상승작용을 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전 교수는 국제워크숍에서 학생들이 발표한 설계안은 건축학적으로 설계의 첫 단계인 ‘개념설계’에 해당하고, 이후 기본설계와 실시설계라는 두 단계를 더 거치면서 개념설계에서 제시됐던 안들이 일부 변형은 되겠지만 학생들의 아이디어가 현실적으로 실현될 가능성은 높다고 전망했다.

전 교수는 이번 국제워크숍을 계기로 서울대교구와 중구청이 양축이 돼서 추진하고 있는 서소문 역사문화공원 조성에 명지대가 ‘파트너십’을 가지고 협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발행일 : 2013-01-20 [제2829호, 15면]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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