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성지와 사적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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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교구 : 의정부교구-교구 사적지·성지개발 박차
 paxkorea    | 2007·04·29 10:28 | HIT : 3,262 | VOTE : 589
신앙 선조 ‘믿음의 유산’ 꽃피운다

정약용-약종 형제·정하상·권철신 등 포교활동
한국교회 요람 마재, 전례·전시공간으로 탈바꿈
순교영성·삶 교구발전 기폭제로 삼기 위해 노력

# 마재 사적지

‘조선교구’ 탄생 일등공신 키워내


1834년 1월, 살을 에는 혹한의 바람 속에 선 정하상(바오로.39)의 가슴에서는 뜨거운 무엇인가가 끊임없이 용솟음치는 듯했다. 1801년 신유박해로 주문모 신부가 순교한 후 33년 동안 목자없이 지내온 세월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3년 전인 1831년 9월 9일 조선대목구가 설정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이후 교구장으로 임명된 브뤼기에르 주교 영입을 준비하기 위해 파견된 유방제 신부가 드디어 서울에 들어왔다는 기별이 온 것이다. 지난달 유신부를 맞기 위해 국경으로 보냈던 유진길(아우구스티노)과 조신철(가롤로)로부터 소식이 오길 얼마나 손꼽아 기다렸던가. 이미 어둠이 내린 마당을 들어서는 그림자를 발견한 정하상은 앞뒤 가릴 것 없이 버선발로 뛰쳐나갔다. 그에 눈에서는 하염없이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신유박해 때 아버지 약종과 형 철상을 먼저 떠나보낼 때만 하더라도 그가 교회 역사에 새로운 페이지를 써내려갈 주역이 되리라고는 누구도 생각지 못했다. 박해 와중에 근근이 목숨을 건진 누이동생 정혜와 어머니와 함께 고향인 마재로 내려온 하상은 20살이 되자 다시 서울로 올라와 목자 없는 조선교회 재건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그는 1816년 동지사 통역관의 하인으로 위장해 처음으로 북경에 들어가 선교사를 조선에 파견해 줄 것을 청원한 이래 왕복 5천리 길의 북경까지 9번, 변문까지는 11번이나 왕래하며 꾸준히 성직자 영입을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이렇게 해도 뜻을 이루지 못하자 1825년에는 유진길 등과 연명으로 로마 교황에 직접 청원문을 올려 조선교회의 딱한 사정을 알리고 선교사 파견을 거듭 요청했다. 그의 이런 노력으로 마침내 교황 그레고리오 16세는 1831년 9월 9일 조선대목구 설정을 선포하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이 때문에 그를 조선교구 탄생의 일등공신이라 일컫는다.

이러한 정하상 성인과 그 가족의 신앙의 향기가 느껴지는 곳이 마재 사적지다. 다산(茶山) 정약용(1762∼1836)의 생가와 묘소가 있는 ‘다산 문화 유적지’로 더 잘 알려진 마재는 서울에서 1시간 남짓한 거리인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 능내리에 위치하고 있다.

마재는 정약용이 태어나고 묻힌 고향일 뿐 아니라 약용의 셋째 형으로 한국 교회가 추진하고 있는 124위 시복시성 대상자 중 한 사람인 정약종(아우구스티노.1760∼1801)과 그의 자녀로 이미 103위 성인품에 오른 성 정하상(바오로.1795∼1839)과 성 정정혜(엘리사벳.1797∼1839)가 태어난 곳이기도 하다.

일찍이 1779년 주어사 강학회에 참여하는 등 한국 교회 창설에 큰 역할을 한 정약종은 한문을 모르는 신자들을 위해 한글로 된 최초의 교리서인 ‘주교요지(主敎要旨)’를 펴내는가 하면, 평신도 단체인 ‘명도회’ 초대 회장으로 신앙생활의 귀감을 보여 달레 신부가 ‘한국천주교회사’에서 그를 두고 ‘천주교가 이 나라에서 가졌던 가장 유명한 인물 중에 한 사람이며, 가장 위대한 순교자 중에 한사람’이라고 극찬할 정도였다. 그의 아들 정하상은 조선교구 설정의 결정적인 계기를 마련하는가 하면 한국 교회 최초의 호교론서 ‘상재상서(上宰相書)’를 통해 천주교가 유교 전통에 어긋나지 않으며, 사회윤리를 바르게 하는 미덕을 포함하고 있음을 당당히 밝히기도 했다.

마재의 바로 위 양근에는 초기 한국 교회 지도자 권철신(암브로시오.1736~1801)과 권일신(프란치스코 하비에르.1742~1792) 형제의 집안이 있고, 마재 앞 한강을 건너면 이벽 성조의 집이 있다. 이들 한국 교회 창립 성조들은 마재에서 멀지 않은 천진암 주어사에서 강학 모임을 열어 교회의 기틀을 다졌다. 이처럼 마재는 한국 천주교회의 요람이자 신앙의 태동지라 할 수 있다.

# 신앙의 보화를 캐내다

성지·사적지 개발을 위한 모색


의정부교구는 밭에 묻혀 있는 진주와도 같다.

한국천주교 신앙의 발원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마재를 비롯해 병인박해 때 순교한 남종삼 성인 묘역, 양주와 장단 순교지, 황사영 묘 등 적잖은 교회 유산이 곳곳에 널려있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이 대부분이다. 때문에 의정부교구 내 성지를 톺아가는 일은 초대 교회 신앙 선조들이 물려준 믿음의 유산을 새롭게 하는 길에 닿아있다.

의정부교구는 지난 2004년 교구 설정과 함께 한국인들의 영혼을 눈 뜨게 하고 교회를 이루게 한 신앙 선조들의 순교 영성과 삶을 교구 발전의 기폭제로 삼기 위해 교구 내 성지와 사적지 개발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 오고 있다.

마재 사적지 개발은 그 첫 관문이다. 의정부교구는 지난해 전담 사제를 임명해 본격적인 개발에 나서 지난 3월 중순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 능내리 현지에 마련한 900평 대지에 최대 15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전통 한옥 양식의 연구 및 전례공간을 비롯해 전시공간으로 쓰일 20평 규모의 부속사를 완공한 상태다. 전시공간에는 정약종이 쓴 ‘주교요지’와 정하상이 순교하기에 앞서 쓴 ‘상재상서’를 비롯해 신앙 선조들의 신앙생활을 알 수 있게 해주는 각종 기도서와 성물 등이 전시될 예정이다.

아직 준공 허가가 나지 않아 사제관에서 전례를 거행하고 있다. 매일 오전 11시에 거행되는 전례에는 인근의 신자들은 물론 멀리 포항이나 제주도 등지에서 마재를 찾는 신자들까지 함께해 신앙의 숨결을 머금고 돌아간다.

마재 개발을 맡고 있는 남궁경 신부는 “다산 유적지를 비롯해 친환경 농장, 각종 문화 시설 등 주변 환경이 좋아 신자들이 새로운 에너지를 얻어 삶의 장으로 되돌아갈 수 있는 곳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신자들이 편안하게 영적으로 쉬면서 새롭게 깨어갈 수 있는 공간으로 일궈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 다시 캐내는 보화들

성지 개발을 위한 발걸음이 본격화하면서 그간 지역 신자들은 물론 교회에서도 잊혀져 묻혀있던 신앙의 보화들이 곳곳에서 빛을 발하기 시작하고 있다.

1895년 조선교구장 뮈텔 주교가 병인박해 시기 순교자들의 자료를 수집, 정리해 발간한 ‘치명일기’ 등을 토대로 향토사학자와 관련 학계 전문가의 고증 등을 통해 파악한 바에 따르면 새로운 역사적 사실이 확인된 성지만 경기도 양주와 장단 등지에 적지 않다. 특히 장단 순교지의 경우는 지금까지 한 번도 실체가 확인되지 않은 곳이어서 향후 이들 성지의 개발에 따라 교회사를 새롭게 써내려가야 할 부분도 적지 않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교회 사료 수집과 성지 개발에 힘을 기울여오고 있는 의정부교구 문화미디어국장 최성우 신부는 “성지 개발 작업을 진행하면서 새롭게 확인되는 신앙 선조들이 남기신 흔적들에 깜짝깜짝 놀라게 될 때가 적지 않다”면서 “성지에 대한 의식이 너무 미약해 후손으로서 부끄럽고 죄송스러울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고 말했다.

교구 관할지역 내 4개 공소 신자들이 구한말 반외세 구국운동으로 범국민적 애국운동의 시발이 됐던 국채보상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사실을 보여주는 사료는 이 지역 신자들 사이에 면면히 이어져 내려오는 순교 영성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준다.

이렇게 의정부를 비롯한 경기 북부지역에 깊숙이 뿌리내리고 있던 신앙 선조들과 순교자들의 영성은 6.25전쟁을 겪으며 잠시 맥이 끊기기도 했다.

경기도 양주 신암리 출신으로 6.25 와중에 평양교구 서포본당 주임으로 끝까지 자신의 양들을 지키다 순교의 길을 걸어간 이춘근 신부(베네딕도회)의 삶도 의정부교구에 뿌려져 있던 순교 정신의 면면을 되돌아보게 한다.

최성우 신부는 “남한 지역에서 알려진 순교지 가운데 성지로 개발되지 않고 남아 있는 곳은 경기 북부가 유일하다”면서 “한국 교회의 요람이자 출발지로서 맥을 잇고 있는 의정부교구가 지닌 유산을 잘 갈고 닦을 때 한국 교회의 자산도 더욱 풍요로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의정부교구는 오는 7월 교구 역사와 관련한 사료 수집과 증언 녹취작업에 나서는 것을 시작으로 학계 고증 등을 거쳐 성지 개발 사업을 본격화하는 한편 순교자현양위원회 발족 등을 통해 본격적인 순교자 현양 사업을 펼쳐나갈 계획이다.

의정부교구가 새롭게 캐낸 신앙의 보화가 한국 교회에 어떤 향기를 더해줄 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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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정하상과 그 가족의 신앙의 향기가 느껴지는 마재 사적지 전경.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 능내리에 위치한 다산 정약용의 묘역
▶이한택 의정부교구장 주교와 사제단이 2006년 3월 7일 경기도 양주시 장흥면 울대리 남종상 성인 묘역에서 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가톨릭신문 서상덕 기자 sang@catholictimes.org

기사입력일 : 2007-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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